재미있는, 아주 재미나는 영화에 나올 법한 스토리 하나가 있다. 문맥을 잘 읽으면 ‘오징어게임’ 못지 않다.
‘홍기모’라는 국내 언론홍보 사원들과 주요 매체 기자들 1500명이 한데 모여 있는 카카오 단톡방이 있어, 몇 개월 전 비번을 받고 참여했다. 다양한 공공기관 자료와 취재원들과 언론홍보 및 기자들 연락처를 공유할 수 있고 업무 중 고충이나 휴가나 개인적 경조사들 다양한 일상꺼리까지 한데 모아 놓아 참 유용한 커뮤니티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톡 내 단체방이 하나 있어 기자도 직접 참여해 봤는데, 동일한 구성원이 지난 기사들이나 이슈거리들을 올려놓고 서로 평가하며 의견을 공유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눈팅’만 하던 기자는 한번 참여해 보기로 했다. 지난달 하이브-어도어 기자회견 후 떠들썩할 당시 직접 취재한 내용의 기사를 하나 올려봤다. 당시 하이브 측 입장만 일변도로 늘어선 주류매체 기사들을 보면서 솔직히 놀라고도 한심했다. 하이브가 얼마나 돈을 뿌려대 길래… <The Mess>, 나름 매체력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기사라는 책임을 떠 안은 콘텐츠, 취재한 사실은 정교한 것이라는 자부심은 충분했다. 창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신입 위주 사람들인 듯 했고, 실제 우리나라 기자들이 내가 취재한 팩트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궁금했다. 당연한 사실을 왜곡 보도하는 일부 언론에 반면교사 역할이라도 될까?
그래서 한 번 내 관련 기사 <[단독] 하이브-단월드 연관 의혹에 ‘빼박’ 정황 근거 세 가지(ft. 민희진&뉴진스 ‘OMG’)>를 올려봤다.

대뜸 반응은 기사가 아닌 블로그, 경쟁의 상징인 ‘단독’에 대한 평가 그리고 ‘뇌피셜’이었다. 좋다! 그야말로 기자들이 ‘뇌에 피가 도는대로 평가’ 하는 것 ‘괜찮다’. 어차피 카톡 단체방 아닌가? 그래서 나도 다른 기사로 한 마디 해봤다. <[단독] ‘원뿔딜’ 원작자 ‘폐쇄병동’…중소기업 죽이기 포털 ‘네이버’…”수단은 알고리즘 조작”> 네이버 홍보실에서 답변이 없던 기사다. 작년 국감 때 눈물로 호소한 뒤 답이 없어 지금은 병원에 계신 한 쇼핑몰 대표의 스토리를 다룬 기사다. 경쟁과 기자 실적이나 평가의 척도인 그놈의 ‘단독’, 나도 따라 붙였다. 익명이므로 나 역시 아이디를 바꿨고,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올린 마냥 의도했다. (사실 재차 올렸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으므로, 그냥 분위기 맞춰 흉내만 내 본 것) 이후 한참 동안 기자들 사이 기사를 놓고 네이버에 대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그다지 비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걸로.

며칠 뒤 기자는 삼성카드를 사용하다 겪은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 쓴 기사를 한번 올려봤다. <[Special Report] 국민 ‘개인정보’ 움켜쥔 삼성카드, 내로남불 式의 ‘돈벌이 메커니즘’> 우리나라 20대 신용불량률이 현재 역대 최고다. 그만큼 카드사용이 많고, 돈 갚는 비율도 적어졌다는 이야기인데, 1500명 중 혹여나 같은 고민을 가진 누군가가 있을지 몰라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혹시 아는가?, 남을 돕는 것 이상의 행복은 없다)
하지만 기자들의 반응과 별개로 아주 희한한 장면이 발발했다. 글이 몇 분내 삭제돼 버린 것. 분명 반론조차 없는 기사들이 모두 공유되고 커뮤니티 글조차 ‘ㅋㅋㅋ’로 흥미를 공유하던 장소에서, 팩트만 집약해 놓은 기사가 사라졌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다음과 같이 올렸다. “국가가 공인한 기사를 왜 지웠을까요?” 그리고 자신들이 삼성 광고를 받기에 민감해서인 건 아닌가 싶었고 해당 콘텐츠는 삼성과는 전혀 무관한 기사임을 굳이 이해시키려고 며칠 뒤 약속이 잡힌 삼성 홍보실장 이야기도 적었다.


기사는 삭제됐으나, 그래도 그날 카톡 단체방 분위기는 잠잠했다. 적어도 ‘구설수’는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대중을 위해 쓴 기사이니, 본인들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일간지들이 삼성 광고를 대다수 받으니 아무래도 ‘예민하겠지’ 싶었다.
또 다시 며칠 뒤, <혹성탈출:새로운 시대>영화 평론 하나를 올렸다 침팬지와 유인원을 빗대어 인간의 본성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 생각해, 공들여 작성한 평론이었다. 자살률 1위인 한국 사회의 모습이 그늘져 있는 듯 했고, 또다시 오지랖(?)이 작동했다.

올리기 전 하루는 고민한 듯 하다. 안 그래도 ‘조회수가 밥그릇 채우는 수단인’ 이 사람들 입장에서…예전에 기사 홍보하려고 올린다는 목소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고를 공유하고 있으리라는 우려다. 하지만 ‘기우(杞憂)’ 쓸데없는 걱정은 어쩌면 그렇게도 적중할까? 상상 이상의 반응이 나왔다. 기자 몇명이 ‘내가 홍보를 의도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어 방장인 [테크트로/산업/기자]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기자가 대뜸 한 방 먹인다.
“본인이 쓴 기사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판단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공인한 기사를 말씀하셨는데 그건 포털에 말씀하시고요.“
기사는 삭제됐고, 채팅방 맨 하단에는 ‘채팅방 관리자가 회원님을 내보냈습니다’라는 문장 하나가 올라왔다.

의도는 명확했다. 반론조차 없는 기사는 공유돼도 명확한 기사는 지워지는 공간, 원인은 하나다. ‘돈’과 ‘이익’;….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안면조차 없는 기자가 보기 싫어서 내보냈을까? 아니면 조회수 올리자고, 혹은 홍보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굳이 톡방에 기사를 올렸다는 테크트로 님의 판단에 손을 들어줘야 할까? 백번 양보해 보자, 홍보용 기사를 올렸다면, 그게 잘못된 일인가? 단톡방이란 곳이 서로서로 의견과 PR하는 자리 아닌가? 다시 강조하지만, 카톡의 대화창으로 누군가의 의도를 해석한다는 것은 분명 무리다. 누군가를 의도를 판단하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홍보 측 광고를 받는 것도 아니며, 홍보 의도 역시 없음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설마 기자가 이런 기본적 논리를 이해 못 한다고? 당연히 아닐 것이다.
하이브 기사, 네이버 기사 모두 제자리에 남았다. 남의 표현의 자유를 지워버린 사건이 발발한 건 흐름상 정확히 ‘삼성’; 기사를 올린 시점이다. 오랜 기자 경험상 이면을 대충 읽는다. 방장은 누굴까? 전에 잠잠히 한 차례 참았다 ‘의’를 못 이기신 테크트로님? 아니면 그 누구? 누굴까? 상당히 민감한 기사.
p.s. (정말 하기 싫은 소리) 테크트로님. 좋은 곳이 도대체 어디이길래? 전에 소개 좀 해주시라니까…. 말이 없으시더니, 다시 중복 표현을 사용하시네…. (혹시. 게임에 나오는 곳인가요?) 그리고 포털에 국가가 공인한 기사를 보고해야 하나요? 오~ 네이버가 공공기관 위에 있다는 말씀이군요. 하지만 네이버 측이 바쁘신지 애당초 답변이 없네요. 카카오 홍보팀은 단톡방은 방장 권한이라니, 저는 어디에 호소할까요? 부연하자면 좋은 곳, 제가 알고 있습니다.
혹시 저같이 단톡방에서 제대로 된 소리하다가 쫓겨나신 분들….. 아마도 많으실 겁니다. 제가 비슷한 경험이 많아서요. 많은 것들이 연결된 곳이 SNS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