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우울증 약을 끊었다. <GRIT>은 약을 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내 인생의 주옥같은 책이다. 한 가지 인상적인 실험이 나오는 대목을 뽑아 경험한 그대로를 적어본다.
우울증 자체보다 의존이라는 부작용에 20년 이상의 젊은 날을 허우적댔다. 제약회사와 혈세의 전적인 지원을 받는 대학종합병원 교수들은 5분의 상담도 지나지 않아,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잘 모르겠다’는 어눌한 환자의 한마디만 듣고, 차트대로 복사-붙여넣기 처방을 반복했고, 그렇게 인생은 망가졌다. 물론 모든 경우가 다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건 전제다.
주로 우울증 약은 호르몬 조절이 주 목적이다. 조절 차원에서 균형을 맞춘다면 좋겠지만, 동일한 스트레스성 환경을 반복하는 현대인들의 상황은 이 작용이 강화되기 딱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강력한 부작용인 의존성을 몸이 익힐 수 있다. 이 과정을 십수년 반복했다.
3년 전 우울증 약을 끊었다. <GRIT>은 약을 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내 인생의 주옥같은 책이다. 한 가지 인상적인 실험이 나오는 대목을 뽑아 경험한 그대로를 적어본다.
우울증 자체보다 의존이라는 부작용에 20년 이상의 젊은 날을 허우적댔다. 제약회사와 혈세의 전적인 지원을 받는 대학종합병원 교수들은 5분의 상담도 지나지 않아,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잘 모르겠다’는 어눌한 환자의 한마디만 듣고, 차트대로 복사-붙여넣기 처방을 반복했고, 그렇게 인생은 망가졌다.
물론 모든 경우가 다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건 전제다. 주로 우울증 약은 호르몬 조절이 주 목적이다. 조절 차원에서 균형을 맞춘다면 좋겠지만, 동일한 스트레스성 환경을 반복하는 현대인들의 상황은 이 작용이 강화되기 딱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강력한 부작용인 의존성을 몸이 익힐 수 있다. 이 과정을 십수년 반복했다.
<GRIT>에서는 개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이 소개된다. 전기충격을 가한 뒤 적절히 움직였을 때 멈추게 된다는 학습을 한 개와 전기충격만 가해진 개 두 가지 조건을 설정해 놓는다. 다음 날 전기충격을 가했을 때 담장을 넘는 개는 충격을 통제했던 무리였고, 그렇지 못한 개들의 3분의 2가 웅크리고 실험이 끝날 때까지 낑낑대기만 했다. 이에 대해 무력감을 낳는 요인이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한 실험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진짜 ‘고통’이라고.
이 실험은 1964년 행해졌는데, 이후로 10년 동안 진행한 추가 실험들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식욕과 신체 활동의 변화, 불면증, 집중력 저하 같은 우울증 증상을 초래한다는 결과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한다. 무기력은 분명 학습된다. 모두가 알겠지만,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우울증은 삶의 문제,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대인관계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같은 사건들이 우울증에 작용한다. 비관적인 사고와 낮은 자존감, 무엇보다 문제 해결에 실패했을 때 오는 통제감의 상실 무기력. 거기서 나오는 무력감. 감정이 반복되면 강화되고, 늪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스트레스 지수 1위, 자살률 1위 국가이다. ‘그릿’에는 우울증에 대한 해결책이 분명 담겨있다. 골자는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은 객관적인 사건 자체가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학습된 무력감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이면엔 ‘학습된 낙관주의’를 설명한다. 곧 나쁜 일을 맞닥뜨리는 데는 누구나(낙관론자나 비관론자) 마찬가지다. 차이는 그 일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었다. 낙관론자는 으레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일시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찾는다. 특수한 원인으로 ‘해결 가능성’이 있어 문제 극복할 동기를 부여한다.
그릿의 전형들은 실망스러운 일들을 회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일이 생기든 거기서 배울 점을 찾고, 계속 밀고 나간다는 것. 이 부분에서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아론 벡이라는 심리학자는 과거 아동기 갈등이 양산한 무의식이 정신질환의 원인이라는 기존 프로이트 학파의 관념을 과감히 거부했다.
방법은 대화기술이다. 부정적인 자아와의 대화에 유의하면 부적응적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분명 이 기술은 고통스러운 반복과 학습을 통해 가능하다. ‘No pain, no gain’은 자명한 진리, 그 확실한 방법론을 ‘그릿’이라 책은 설명하고 있다. 흔히 익히는 다른 기술들처럼 우리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낙관론자처럼 해석하고 반응하도록 연습할 수 있으며, 그 효과가 항우울제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입증됐다는 내용이다.
학습된 낙관주의라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태도를 말한다. 태도의 근원은 생각이며, 그 생각이 증상 치료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 결국 ‘그릿’, 마음이 열쇠이며 방법이다. 약은 보조제일 뿐이며, 그렇게 생각해야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릿의 전형들과의 면담, 50년 동안 축적된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전부 동일한 상식적 결론을 가리켰다.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계속 찾는다면 마침내 그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반해 방법이 없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포기한다면 단언컨대 절대 찾지 못할 것이다.
‘희망을 품어라.’ 그릿을 좌우하는 희망은 우리의 노력이 미래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내일은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그릿이 말하는) 희망은 행운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다시 일어서려는 자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정이나 느낌을 중요시하는 태도는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그릿 즉 의지가 담긴 마음(心)에 모든 것이 달렸습니다.
혹시 누군가에게 받은 스트레스로 감정이 상해 있나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술을 드시나요? 뒷담화로 누군가에게 전달해서 풀고 계시나요? 모두 감정 강화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깊어지면 병이 됩니다. 책의 표지에서 말합니다. 당신에겐 <그릿>이 있는가? 올바른 마음이 있는가?